본문 바로가기

궁금한 경제

운이 없었던 일본 부동산 버블과 폭락

일본은 운이 없었다. 그것도 국운이. 

 

<부동산 투자 사이클>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2018년도에 출간한 책이라서 2020년 코로나 같은 위기가 올 것은 몰랐을 때 출간된 서적입니다. 이 책에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목하게 되는 단어가 바로 유동성입니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다는 건데 금본위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자본주의와 금융이 발달하는 순서를 살펴보면서 한국 부동산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특히나 2020년에 유동성이 더 많이 풀린 상태라서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일본이 경험한 버블과 폭락이 결코 혼자 겪은 일이 아니며 유럽과 미국 등의 선진국도 비슷한 버블과 폭락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독일의 사례가 주목할만합니다. 더불어 유럽연합이 출범하면서 각 나라의 금리와 부동산의 움직임을 거슬러 둘러볼 수 있습니다.

 

독일도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큰 고생을 했고 여태 독일은 인플레이션에 극도로 예민하게 지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유독 부동산 버블에 관해 일본 부동산이 더 생각나는 것은 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어느 정도 버블과 폭락을 정리했다 싶었을 때 1995 고베 대지진과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칩니다. 회복되나 싶었던 일본이 다시 주저앉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일본의 버블과 폭락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진과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며 운이 더 좋지 않았다. 일본은 운이 없었다. 그것도 국운이.' 


 

1987년 일본 버블경제기에 돌입 

 

일본 시골 곳곳을 다니다보면 돈이 넘쳐나던 버블 경제 시기에 지어둔 시설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시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 지금까지도 체감이 되지요. 버블 시기 그러니까 1980년 말부터 1990년 사이 일본은 대단히 화려한 시절을 보냅니다.

 

수치로만 정리하자면 1987년부터 3년간 일본 주가는 폭등했고 1990년 최고점을 찍습니다. 일본 부동산은 4년간 상승해 1991년 최고점을 찍습니다. 


 

일본 부동산 버블 1차 하락 

 

당시 일본 정부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폭등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출총량규제라는 제도를 만들어 어느 날 갑자기 시행하는데요. 이는 부동산 관련 모든 대출을 전부 합쳐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이전에 일본은 대출을 부동산의 120%나 해주던 지경이었다죠. 

 

일본의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해 투자해왔고 이 돈이 부동산으로 들어갔었습니다. 규제로 돈을 구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난리가 났고 기업들이 사둔 부동산이 하락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됩니다. 더불어 정부에서는 투기 감시 지역을 지정했는데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당시 일본 국민들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되어 무려 7년이나 더 운영했다고 합니다. 가격은 하락하지만 수요는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공급도 계속 늘려갑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일본 주택 가격의 고점은 2000년이었고, 그때까지는 실수요는 있었으나 유동성이 사라진 상태로 봅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쯤이면 주택 가격 안정이 될 것으로 계획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1995년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금융기관들의 대출여력이 줄어들었고, 대출자들이 제1 금융권이 아닌 농협, 주택 전문 대출기관 등으로 몰려갔습니다. 이 기관들은 계속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실화되고 있었고요. 이후로는 우리도 다 아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죠. 

 

 


일본 부동산 버블의 2차 하락

 

앞서 언급한대로 이런 와중에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한국의 외환위기가 몰아칩니다. 물론 자국은 아니었으나 당시 일본과 중국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약화된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부도를 내고, 일본 경기는 회복하지 못하고 부동산 가격도 계속 하락합니다. 결국 일본 부동산 폭락은 전 세계에 좋은 반면교사가 됩니다. 이후 2002년 침체를 벗어나기 시작해 2008년까지 주택 가격의 회복기를 맞이합니다. 

 


 

2017년까지 한국의 주택 공급 

 

<부동산 투자 사이클> 책의 이 챕터에서 한국의 부동산 가격도 언급하고 넘어갑니다. 공급과 수요에서 봤을 때 일본은 수요가 있어서 공급을 했지만 유동성이 없었던 상황이라고 규정하고요. 한국의 경우 수요보다 더 많이 공급하면서 주택 가격을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전세계로 확대해서 본다면 한국의 주택 가격은 놀라울 만큼 안정된 상태였다고 하네요. 2017년까지. 

 

'세계적으로 볼 때 한국은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는 나라 중 하나다. 이유는 공급을 잘 늘려왔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3년을 거슬러 올라가봐도 미국 공급 최대치보다 비율상 2배 정도 더 많이 공급했다. 더불어 LTV와 DTI로 유동성을 조절했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은 모두가 다 불편한 상황이 되었죠. 저는 부린이라 잘 모르겠지만 현재 유동성이 많다 + 수요도 많다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각종 규제를 쏟아내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지만 공급 대책은 딱히 이해 가는 부분이 없습니다. 

 

지금 부동산 상승장이라 언제 폭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책에서는 상승은 지엽적으로 오랜 시간을 걸치지만 폭락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더군요. 2020년 주식시장을 살펴봐도 그랬고요. 자산시장이 어디까지 상승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